수십 년간 악취·해충 피해 호소한 주민들, 농장 측으로부터 명예훼손 혐의 고소
금산군, 가축사육 제한 조례 근거로 증축 불허…갈등 장기화 우려
충남 금산군 남이면 건천리에서 돼지농장 증축을 반대하던 주민들이 농장 측으로부터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당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오랜 기간 축사 악취와 해충 피해를 호소해온 주민들은 “억울하고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이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축사 증축 문제로 시작된 갈등이 이제는 법적 분쟁으로까지 번지면서, 지역 사회 내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금산군은 가축사육 제한 조례를 근거로 농장 측의 증축 신청을 불허했지만, 농장과 주민 간의 대립은 더욱 격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건천리 주민들은 20여 년간 인근 대규모 돼지농장에서 발생하는 악취와 해충, 환경 오염 문제로 지속적인 불편을 겪어왔다. 특히 지난해 9월, 농장 측이 배출시설 현대화를 이유로 축사 증축(1,000㎡)을 추진하자 주민들의 반발이 극심해졌다. 주민들은 반대 현수막을 내걸고 금산군청을 찾아가 축사 증축 허가 철회를 요구하는 등 집단 행동에 나섰다.
그러나 주민들의 반대 활동이 오히려 법적 대응으로 돌아왔다. 농장 측은 “주민들이 내건 현수막이 본인의 실명을 거론하며 명예를 훼손했다”며 명예훼손 혐의로 일부 주민들을 고발했다. 해당 농장의 대표자는 “반대 현수막이 금산군 내 10개 읍·면에 지속적으로 게시되면서 개인적인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당했다”며 법적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주민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축사 악취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인데, 이를 명예훼손으로 몰아가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한편, 해당 농장의 전 대표는 금산군수를 역임한 인물로, 일부 주민들은 “과거 군정을 책임졌던 인물이 지역 주민과 갈등을 빚는 상황이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번 사태의 핵심 쟁점은 농장 측이 도입하려는 악취 저감 시설의 실효성이다. 농장 측은 “배출시설 현대화를 통해 냄새를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주민들은 이를 믿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농장 측이 제안한 ‘축산 발효액 순환시설(액비순환 시스템)’이 도입된다 해도 실제로 악취를 줄일 수 있는지 검증이 필요하다는 것이 주민들의 주장이다. 액비순환 시스템은 돈사에서 배출된 분뇨를 액비화하여 다시 돈사 내부로 순환시키는 방식으로, 이론적으로는 냄새 저감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주민들은 “실제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시설을 도입한다고 해서 악취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 장담할 수 없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주민들은 농장 측에 “주민이 지정하는 전문가와 함께 시설의 실효성을 검증하자”고 요구했지만, 농장 측은 이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들은 “악취 저감 시설이 효과적이라면 왜 공개 검증을 피하는 것이냐”며 의구심을 나타냈다.
농장 측의 증축 추진에 대해 금산군은 지난 1월, 가축사육 제한 조례를 근거로 최종 불허 결정을 내렸다. 금산군 조례 제5조 제2항에 따르면, 돼지농장은 주거 밀집 지역에서 일정 거리 이상 떨어져야 한다. 건천리 돼지농장은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고, 이에 따라 군은 증축을 허가할 수 없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이와 관련해 금산군 관계자는 “주민들의 생활권 보호와 환경 문제를 고려해 조례에 따라 증축을 불허한 것”이라며 “이는 단순한 민원 해결이 아니라, 지역 사회 전체의 이익을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금산군의 이번 결정은 주민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지만, 농장 측은 반발하고 있다. 농장 측은 “가축사육 제한 조례가 너무 엄격해 축산업을 위축시킬 수 있다”며 행정 처분에 대한 이의 제기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금산군의회(의장 김기윤)는 지난 2023년, 돼지·개·닭·오리·메추리 등의 가축 사육시설을 주거지역으로부터 1,500m 이상 떨어지도록 하는 가축사육 제한 조례 개정을 추진한 바 있다. 이는 지역 환경 보호와 주민 생활권 보장을 위한 조치였다.
건천리 00농산은 과거에도 환경 문제로 논란이 된 바 있다. 2015년 4월, 해당 농장은 축산폐수를 불법 방류한 혐의로 대전지방검찰청으로부터 벌금 150만 원을 부과받았다. 주민들은 “과거에도 환경 문제를 일으킨 농장이 이제 와서 현대화를 내세워 증축을 추진하는 것은 믿을 수 없다”며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건천리 00농산은 1997년 설립돼 현재 약 2,200마리의 돼지를 사육하는 대규모 축사시설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축산업 또한 지역 경제의 중요한 축인 만큼, 지나치게 규제할 경우 업계의 위축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축산업과 주민 생활권 보장이 충돌할 때, 감정적 대응보다는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검증이 필요하다”며 “악취 저감 시설의 효과를 주민들이 신뢰할 수 있도록 독립적인 기관의 검증을 거치는 등의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축사 증축을 둘러싼 갈등이 결국 법정에서 판가름 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당한 주민들은 “우리는 단지 깨끗한 환경에서 살고 싶을 뿐”이라며 법적 대응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지역 사회에서는 이번 사건이 단순한 주민 대 농장 간의 분쟁이 아니라, 축산업과 환경 보호 간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 것인가 하는 문제를 보여주는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향후 법원의 판단이 지역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또한 이번 사태가 축산업과 주민 생활권 사이에서 어떤 방향으로 해결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아래는 건천리 문정우돼지농장 악취근절 대책위원회에서 보내온 "성명서" 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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