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넓고 할일은 많다~ 대학생 고정섭의나홀로 세계여행기 -산티아고 순례길2
세상은 넓고 할일은 많다~
대학생 고정섭의 나홀로 세계여행기-산티아고 순례길2
황금빛 광활한 대지를 가로지르는 산티아고로 가는 길
저번 글에서 인생은 우연이라 했는데 오늘은 그 우연의 기회가 찾아 왔을 때, 기회를 즐길 수 있는 준비의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하려한다.
정말 사소한 계기로 오게 된 산티아고 순례길 이었다. 800km의 길을 걷는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특히 생장에서 론세스바예스로 가는 첫날은 정말 고된 길이었다.
프랑스와 스페인의 국경은 피레네 산맥으로 되어있기 때문에 산티아고를 가려면 필수적으로 넘어야하는 산맥이었다. 문제는 아무 준비도 안한 내가 걷기에는 정말 많은 체력 소모가 있었다.
돈을 벌기 위해 매일 10시간 이상 일을 하고 운동을 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군대에서도 행군을 해봤고 20대 초반이기 때문에 800km의 순례길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상상과 현실은 자주 맞지 않는다.
4시간 산길을 걸었을까. 어깨와 무릎이 아프고 숨도 차서 걷기 힘들었다. 설상가상으로 비까지 와서 체온은 계속 떨어지고 흐르는 빗물 때문에 길도 너무 미끄러웠다. 걷기 시작한지 4시간 만에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었고 뒤에 맨 배낭을 버리고 싶었다.
포기하고 싶었지만 이미 산 속으로 들어온 후여서 돌아갈 수는 없는 일이었고 그냥 참으면서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으며 나아갔다. 어느덧 완만한 경사가 나오더니 안개 너머로 양들이 우는 소리가 들렸다.
잘못 들은 것 같아서 소리가 나는 곳을 쳐다보았는데 엄청 나게 많은 양떼들이 순례자들을 맞아주고 있었다. 길 위에는 말들이 서서 안그래도 좁은 길을 더 좁게 만들었다. 저 뒤에서는 양치기와 양치기 개들이 양을 치며 자신들의 일을 하고 있었다.
나는 양치는 것을 처음 보았기 때문에 가야 할 길을 잊고 오랫동안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한국의 빽빽한 빌딩 숲,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의 모습과 너무나 비교되었다. 방금까지만 해도 힘들어서 주저앉고 싶었던 내가 여유를 가지고 피레네 풍경을 보면서 한국을 떠나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개가 뿌옇고 녹색 구릉위에서 양을 치는 양치기의 모습은 한국에 와서도 인상 깊은 장면 중에 하나였다.
피레네의 풍경을 보면서 어느덧 다음 숙소가 있는 곳까지 갔다. 무거운 짐을 들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고 매일 20km이상 걷는 것은 처음에 매우 힘든 일이었다.
특히 처음 걷는 사람이 배낭을 메고 피레네 산맥을 넘는다는 것은 해본 사람만 알 수 있는 고통이다. 하지만 그렇게 3일을 참고 팜플로냐(순례길에서 처음 만나는 대도시이다.)에 도착했을 때, 매일 20km이상 걷는 일, 매일 일찍 일어나는 일은 적응이 되어서 하나도 힘들지 않았다. 나에게 순례길 시작부터 그 후 3일은 끈기와 포기를 수없이 갈등하는 시기였다.
생장에서 같이 출발한 사람들을 팜플로나에서 다시 만났다. 내 나이 또래가 많았기 때문에 같이 어울려 장도 보고 저녁도 같이 먹고 밤에는 와인도 마시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였다.
그리고 그분들은 다시 산티아고를 향해 떠났지만 나는 팜플로나라는 도시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하룻밤 더 자고 가기로하였다. 하룻밤을 더 자기로 하니까 여유가 있어 전날에 못가본 곳들을 더 둘러보았다.
박물관도 가보았고 미술관도 갔다. 하지만 공부도 제대로 안된 내가 박물관과 미술관에서 유물과 작품을 즐기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역사공부와 스페인어 약간을 배우고 갔으면 좋았겠다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아마 팜플로나에서 이틀을 안 지냈으면 순천에 사랑어린배움터 학생들을 못 만났을 것이다. 혼자 떠난 순례길이지만 매일 혼자서 걷지만 않았고 많은 사람들과 어울리려고 노력을 하였다. 수없이 많이 만난 사람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들이 사랑어린배움터 학생들이었다.
내가 앞으로 이 학생들과 함께 한 이야기를 빼면 아마 할 말이 없을 정도로 많이 붙어있었고 내가 순례길을 끝마치는 동안 옆에서 많은 힘을 주었고 좋은 추억도 쌓게 해준 아이들이었다.
이 아이들은 15살~16살의 어린 학생들인데 생각하는 것과 행동하는 것이 내가 16살일 때 하는 생각과 참 많이 달랐다. 내가 16살 때는 금산을 자주 벗어나지 못했고 학교와 과외를 번갈아가며 공부를 한 것이 많은 것을 차지하였다.
그 속에서 당연히 친구들과 우정을 쌓기도 하였지만 치열하게 경쟁도 하였다. 성적을 잘 받으려면 옆에 있는 내 친구가 못 맞춰야했으니 친구가 좋은 점수를 받은 것이 속으로 못마땅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이 아이들은 일단 그런 것이 없었다.
서로 다투기는 하지만 그래도 도와주고 챙겨주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붙임성도 좋아 먼저 말을 걸기도 하였고 아이들이 밝아서 잘 웃기도 하였다. 참 고마운 아이들이었다.
물론 지금까지 연락을 하고 있는 중이다. 순례길에서 가장 값진 것이 이 아이들을 만난 것이라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산티아고를 목표로 걷는다. 누구와 경쟁을 할 필요도, 다른 사람이 걸으라고 강요를 하지 않는다. 그저 힘들면 쉬어가고 마음에 드는 곳이 있으면 멈추었다가 하루, 이틀을 더 머물렀다가 가도 된다.
내가 순례길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바로 여유였다. 처음에는 누가 뭐라 하지도 않는데 빨리 가지 않으면 손해 보는 것 같았고 옆에 있는 사람들과 떨어지면 큰일 날 것 같아서 그 사람들과 맞춰서 걸었다. 그런데 걷다보니 무엇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일부러 혼자서 걸었다. 그랬더니 눈에 보이지 않던게 많이 보였다. 조금 돌아가는 길이었지만 800년된 성당을 보았고 풍경이 눈에 더 들어왔으며 그 나라 사람들의 생활도 조금씩 보였다.
다만 이번 여행의 아쉬운 점은 내가 제대로 준비를 못해 100% 여행을 즐기지 못한 점은 많이 아쉽다. 다음 여행에는 어디가 되었든 그 나라의 언어와 역사를 공부하고 가서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오는 여행이 되도록 노력을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