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중앙신문

풍문유사(風聞遺事)23 - 장종안 남일우체국장

JSS열린세상 2018. 3. 29. 00:10

풍문유사(風聞遺事)23

장종안 남일우체국장

「이제 만나러 갑니다」라는 TV프로그램을 자주 시청을 한다.
그 프로에 나오는 탈북미남 미녀들의 이야기를 들을때면 가끔은 가슴이 아퍼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그들이 살아왔던 이야기를 들으면 옛날 생각이 나기도 한다.
사실 우리가 탈북민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여유를 잡게된것도 얼마되지를 않는데도 우리는 그것이 까마득한 옛날 이야기 인 듯 잊고 사는 것을 상기하고 싶어 우리의 옛날 이야기를 할려고 한다.
오늘날이야 시골이든 도시든 집집마다 쌰워시설이 잘 되어있어서 겨울에도 몸을 매일 씻을수가 있지만 북한은 지금도 겨울에는 몸을 씻지를 못하는 사람들이 태반이라는 것이다.
69년대에는 우리도 그랬다.
읍내에라도 나가야 목욕탕이 있어 겨울에 몸을 씻을수가 있었지 시골에서는 그야말로 여름이 돌아와야 개울가에 가서 겨우내 찌들었던 몸의 때를 벗길수가 있었다.
읍내로 중학교진학을 하여 1학년때의 일이다.
그때는 학교에서 위생검사를 하였는데 담임선생님이 내일 위생검사를 할것이니 몸을 씻고 오라는 통보를 하였다.
그때 처음으로 공중목욕탕을 가보았다.
처음으로 들어가는 목욕탕인지라 부끄럽기도 하였고 쑥스러워 한쪽 귀퉁이에 같은반친구와 몸의 때를 밀었다.
이틑날 학교에 가서 아침조회시간에 담임선생님이 위생검사를 실시를 하였다.
“모두 팬티만 입고 의자위로 올라가서 선다”
지금 생각하면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일이지만 그때는 선생님말씀은 곧 법이었다.
모두들 우당탕당거리며 옷을 벗고 의자위로 섰다.
그러자 선생님은 차례로 돌아보시다가 한수 옆에 서시더니
“야 너 몸 씻은거야?”
“예 선생님 씻었는데요”
“씻었다고 그런데 왜 니 몸은 얼룩이졌냐”
한수가 얼굴이 빨게지면서 고개를 숙이자 선생님은 한수의 몸을 선생님이 가지고 다니시던 회초리로 얼룩이 진 한수의 몸을 치시면서
“너는 지금부터 얼룩무늬사나이다”
몇 번을 치니 한수의 몸은 빨갛게 되었다.
한수는 읍내에서 학교를 다니지 않고 시골에서 그냥 통학을 하였는데 위생검사한다고 하니 집에와서 엄마한테 이야기를 하니 엄마가 가마솥에 물을 끓여서 목욕물을 만들어 주었는데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부엌에서 몸을 씻다보니 제대로 때가 벗겨질 리가 없었다.
군데 군데 때가 벗겨지지 않은곳이 있어서 그것이 얼룩얼룩하게 나타나 있었던 것이어서 그것을 선생님이 지적을 하면서 얼룩무늬사나이라고 하였던 것인데 그때부터 한수의 별명은 졸업할때까지 얼룩무늬사나이가 되었다.
이날 또 다른 별명의 사건이 발생이 되었다.
재창이 자리에 서자 선생님은 깨끗한 재창이를 보고는
“엇 이거봐라 빨간빤스의 사나이네”
팬티만 입고 고개를 숙이고 있던 아이들이 재창이를 바라봤다.
재창이는 엄마들이 입는 빨간빤스를 입고 있었다.
그때는 입는것도 풍족하지 못한 시대여서 목욕을 하고나서 제대로 된 속옷이 없어서 급한김에 어머니가 자기의 속옷을 입혔던 것이다.
재창이도 얼굴이 빨게졌다.
위생검사가 끝나고 우리반은 얼룩무늬사나이와 빨간빤스사나이 두명이 탄생이 되었고 그 별명은 졸업할때까지 따라다녔고 오십년이 흐른 지금에도 생각나게 하는 일이되었다.
「이제 만나러 갑니다」프로를 보면서 우리도 얼마전에는 저들과 같은 삶을 살았다는 것을 잊지않고 지금보다는 점더 검소하게 바르게 사는 삶을 이어갔으면 하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