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중앙신문

[기고] 금산군에 요구한다!

JSS열린세상 2022. 4. 2. 14:41

장신현(금산군민)

아이가 자라는 과정을 본 적 있는가? 처음에는 울기만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엄마, 아빠를 알아보고 사람을 구별한다. '이 사람은 누구야', '저 사람은 누구야

 

또 시간이 지나면서 아이가 말하는 것을 보면, 우리는 생각한다. '저건 어떻게 알았지?', '어떻게 이런 말을 하지?' 정말로 생명이라는 것은 참으로 신기하고 진귀하다.

 

그런데 인간의 생명만 소중한 것은 아니다. 강아지나 고양이를 길러본 적이 있는가? 동물을 싫어하는 사람이라도 조금만 함께 하면 굳었던 마음도 금세 녹아버린다. 참으로 살아 있는 모든 것은 진귀하다.

 

최근 종합운동장 인근에 위치한 금산군 유실.유기동물보호소를 알게 됐다. 이곳은 금산군 내에서 잃어버리거나 버려지는 동물들을 임시로 보호하는 곳이다. 처음 가는 사람이라면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도대체 어디에 보호소가 있다는 거지?‘

 

눈앞에 두고도 찾을 수가 없었다. 보호소가 너무 작고, 있을만한 곳이라고 생각되지 않는 곳에 있기 때문이었다. 동물 보호소라고 하면 뭔가 좀 넓고 산 쪽에 있는 장소를 연상하게 되는데 금산군 보호소는 그렇지 않았다. 마치 건물과 건물 사이 비좁은 통로에 보호소를 갖다놓은 형국이었다. 그게 보호소임은, 아는 사람만 알 뿐이다.

 

이런 씁쓸한 사실을 뒤로 한 채, 한 번 계산해보았다. 일단 국가기관에서 운영하는 동물보호관리시스템에서 찾아보면, 2019년 금산군 내에서 유실·유기 된 동물(, 고양이가 대부분, 종종 다른 동물들도 있음)은 건수로는 245건이었다. 여러 마리가 한 번에 들어온 경우에도 한 건으로 계산하니, 마리수로는 대략 300여 마리 된다고 추정할 수 있다.

 

2020년에는 건수로는 187, 2021년에는 171, 각각 220여 마리, 210여 마리 정도가 잃어버리거나 버려졌다고 추정할 수 있다. 버려지는 개체수도 적진 않지만 진짜 문제는 보호소의 크기다.

 

전국 보호소 유기동물에게 가족을 찾아주는 플랫폼 서비스, '포인핸드'에서 제공하는 통계를 보면, 2021년 전국평균은 입양률 34%, 자연사율 27%, 안락사율 17%, 충청남도는 입양률 42%, 자연사율 20%, 안락사율 22%였다. 안타깝지만 금산군은 입양률 27%, 자연사율 7%, 안락사율 48%였다. 금산군은 충청남도 15개 시·군 내에서 2021년 입양률 순위는 12, 안락사율 순위는 2위였다.

 

이 수치가 무얼 말해주는가? 금산군에서는 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일단 보호소가 너무 작다. 현재 보호소 크기는 대략 평수로는 35-40평정도 되어 보인다.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보호소 규모와 수용시설을 생각해 볼 때, 최대 55-60마리정도 수용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 된다.

 

무엇이 잘못되었는가? 한 개인이 잘못한 것인가? 그렇지 않다. 구조적인 문제다.

 

그러므로 금산군에 요구한다. 보호소를 확장해달라. 부지를 제대로 된 곳으로 옮기고 열악한 환경을 개선해달라. 한 명 뿐인 보호소 인력을 2-3명으로 늘려달라. 혼자서 아침에는 밥주고 오후에는 동물 잡으러 다니는 열악한 근무환경을 개선해달라.

 

금산군은 충분히 이것을 할 수 있는 힘이 있다. 20211123일자 진악신문 블로그 "금산군, 2022년 예산안 6,054억 원 편성" 기사를 보면, 2022년도 예산안이 ‘6054으로 역대 최대 금액이라고 한다. 세부 항목 중 새로운 생활공간 조성으로 활기찬 도시 창출 1,275억 원 모두가 행복한 삶, 살기 좋은 금산 건설 1,323억 원 생활 속 여가문화 향유로 여유로운 고장 만들기 190억 원 안전하고 쾌적한 정주 여건 조성 1,135억 원으로 계획돼있다.

 

이 정도면 충분히 보호소 하나 건립하고 인력을 2-3명 두어 그것을 유지할 힘이 있다. 예산이 이미 정해져 있으면, 예비비 및 기타 705억 원에서 비용을 충당할 수도 있다. 중요한 건 의지다.

 

코로나 이후로 전 세계에서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은 "환경"이라는 키워드다. 이제까지 인간은 자연을 파괴하거나 이용하며 번성을 누려왔지만 코로나를 통해 모든 것은 연결돼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결국 인간의 탐욕이 코로나라는 바이러스로 되돌아온 것이다.

 

그러므로 보호소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새로운 생활공간 조성으로 활기찬 도시 창출"과 동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다. 보호소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모두가 행복한 삶, 살기 좋은 금산 건설"과 동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다. 보호소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금산군민의 행복한 삶과 동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다.

 

더군다나 충청남도 최고의 유실·유기 동물보호소를 만들어 새로운 생명존중문화를 만들고 어른들과 아이들 모두가 와서 봉사하며 생명의 소중함을 알아가는 체험장으로 만들 수도 있다. 이것은 금산군에는 새로운 기회다.

 

금산군의 자랑스러운 슬로건이 있다. "생명의 고향, 미래의 땅 금산".

 

정말 생명의 고향, 미래의 땅 금산이 되려면 이 문제부터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시간이 없다. 의지를 보여 달라.

 

장신현 (금산군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