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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산중앙신문

<칼럼>금산, 자연환경도 정신환경도 청정해야 -나창호 前 부여군 부군수

by JSS열린세상 2018. 11. 26.

<칼럼>

금산, 자연환경도 정신환경도 청정해야

나 창호(수필가, 前 부여군 부군수)

 

고향에서 우울한 소식이 들려오니 잔뜩 찌부러진 날씨만큼이나 기분이 언짢다. 지난 6월의 지방선거로 선출된 신임 군수가 금산에 화상경마장을 유치하려 한다는 것이다. 세수를 늘린다는 명분이란다.


충청남도 예산담당관으로 수 조원의 예산을 다뤄본 바 있는 필자의 머릿속에 언뜻 가용재원이 떠올랐다. 법정경비나 급료 등 갖가지 경직성 경비를 편성하고 나면, 도지사가 쓸 수 있는 가용재원이 얼마 안 되었던 것이다. 지역의 군수가 의욕이 앞서고 할 일은 많은데 가용재원의 부족으로 답답할 것이 미루어 짐작되기는 한다.


문득 어렸을 때 읽어본 러시아의 우화가 어렴풋이 생각난다. 부자가 되기를 갈망하는 한 젊은이에게 행운이 찾아온다. 해가 있는 동안 그가 밟은 땅은 모두 그의 것이 된다고 했다. 하지만 해지기 전까지 꼭 돌아와야 한다는 것이었다.


젊은이는 신이 나서 기름진 땅들을 밟아 나갔다. 해가 중천에 떴을 때,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이 잠시 들었지만, 눈앞에 보이는 땅들이 너무 욕심났다. ‘조금만 더 밟고 빠른 걸음으로 돌아가면 될 거야하며 계속 앞으로 나갔다. 해가 더 기울었는데도, ‘해지기 전까지 달려서 돌아가면 될 거야하며 욕심을 냈다.


어느덧 해가 서산에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젊은이는 아차! 하며 죽을힘을 다해 달렸지만, 해지기 전에 떠났던 자리로 돌아올 수 없었다. 그는 단 한 뼘의 땅도 차지할 수 없었다. 절제하지 못한 지나친 욕심 때문이었다. 이 우화가 주는 교훈은 무엇일까?


누구나 한 번쯤은 벼락부자가 되고 싶다거나, 일확천금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봤을 것이다. 이는 사람들의 내면에 깔고 앉아 있는 검은 욕심이거나 일종의 사행심일 것이다. 그러나 그런 일은 일어날 리 없고, 설령 일어난다 해도 지극히 드문 일이 아닐 수 없다.


복금 액이 1조원이 넘는다거나, 수천억 원에 달하는 복권에 당첨된 사람이 있다는 해외토픽을 접할 때가 있기는 하지만, 세상에서 그런 일은 아주 희귀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에서도 매주 수십억 원짜리 로또복권 1등에 당첨됐다는 사람들이 두세 명 내지 수명씩 발표되기도 하지만, 실제 당첨은 극히 어려운 일이다. 당첨확률을 수의 확률로 보면 8백 몇 십만 분의 1이라고 하는데, 이는 80kg들이 쌀 세 가마니를 한꺼번에 엎어 놓고 그 중에 섞인 검은 쌀 한 톨을 눈가림을 한 채 골라잡을 확률이라고 한다.


벼락을 한 번 맞기도 어려운데 연거푸 두 번 맞을 확률이라고 한다. 그런데도 혹시나 하는 생각에 매주 복권을 사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호기심에서 몇 번쯤 사보는 것은 모를까 계속하는 행위는 경계해야 할 것이다. 사행심에 빠지면 헤어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경마도 마찬가지다. 여러 마리의 달리는 말 중에 어느 말이 우승할 가에 돈을 걸고 따느냐, 잃느냐 하는 일종의 도박이다. 구조상 대부분의 사람은 잃고 극소수의 사람만 딸 수 있다. 운 좋게 따는 사람은 큰돈을 만질 수도 있다. 이것이 경마에 빠져들게 하는 마력(魔力)이다. 결국 경마에 빠진 대부분의 사람들은 많은 돈을 잃고 허탈해 하기 마련이다.


경마장에 직접 가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도박을 할 수 있게 한 시스템이 화상경마장이다. 경마장에서 벌어지는 화면을 보면서 돈을 걸게 하는 것이다. 여가활용을 위한 레저가 결코 아니다. 일종의 노름이고 도박일 뿐이다. 자칫하면 선량한 사람까지 도박에 빠져들게 할 수 있다.


사람들이 살아감에 있어 주변 환경은 매우 중요하다. 사는 환경의 좋고 나쁨에 따라 삶의 행태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2400년 전 맹자의 어머니가 아들을 위해 세 번이나 이사를 했다는 고사가 이를 잘 말해준다.


사람은 누구나(특히 더구나 어린 학생들은)생활주변의 환경에 영향을 받기 마련이다. 따라서 정당한 노력 없이 일확천금을 바란다거나, 적은 돈으로 거금을 한꺼번에 거머쥘 수 있다는 그릇된 풍토가 지역사회에 조성돼서는 안 될 것이다.

 

화상경마장의 금산 유치는 재고돼야 마땅하다. 화상경마장이 지방세수를 증대하는 등의 순기능의 역할만 한다면, 기왕에 유치하고 있던 지자체가 이를 다른 지역에 뺏기지 않으려고 할 것 아닌가?


그런데 정반대 현상으로 이를 퇴출시키려 하고, 다른 지역 지자체에서는 이를 냉철히 거부하는 것은 무슨 이유이겠는가. 그 지역의 지자체 장이나 주민들이 미련해서가 아닐 것이다. 화상경마장이 설치됨으로써 일어나는 각종 폐단을 더 걱정하기 때문일 것이다.


짧은 안목으로 보지 말고 보다 멀리 보는 정책결정을 해야 한다. 한번 결정해 시행하면 바로잡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책은 실험하는 게 아니다. 투명하고 명쾌해야 한다. 먼저 공표부터 해놓고 여론을 우호적으로 이끌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진실은 썩지 않고 언젠가 반드시 싹을 틔운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따라서 정책은 결정에 앞서 장·단점 분석은 물론 장차 지역사회에 미칠 파장까지도 면밀히 살펴봐야 하는 것이다.


산천이 아름답고 사람살기 좋은 고장, 금산은 자연환경도 청정해야 하지만, 정신환경도 청정해야 한다. 군 당국과 고향 군민들의 현명한 판단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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