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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산중앙신문

대학생 고정섭의 나홀로 세계여행기-산티아고 순례 길

by JSS열린세상 2017. 8. 28.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

대학생 고정섭의 나홀로 세계여행기-산티아고 순례 길 

취직만 생각하며 20대 청춘을 보내지 마라!”


인생에서(많이 산 것은 아니지만) 중요한 기회를 맞이하는 것은 체계적으로 계획을 한다고 해서 맞이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적어도 이번 순례길 에서 만큼은 그랬다. 처음부터 스페인으로 떠날 생각도, 산티아고 대성당을 보겠다고 계획을 짠 것도 아니었다. 그저 우연이었다. 언젠가 산티아고를 가겠다고 마음먹기는 하였으나 그게 이번 여행은 아니었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정말 우연의 연속이었다.


나는 대학의 한 강의실에서 유럽 문화에 관한 강의를 듣고 있었다. 그 교수님은 수업 내내 유럽을 그렇게 찬양하셨고 나는 그렇게 유럽에 대한 꿈을 키웠다. 그 즈음에 내 친구들도 여름 방학에 유럽을 가자고 하였고 그렇게 내가 유럽으로 가는 길은 순탄하게 펼쳐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내 내 친구들은 이번 여행에 터키만 가자고 하였고 나는 반대를 하였다. 이왕 터키까지 간 김에 유럽을 더 돌아보고 싶었다. 그렇게 친구들과 의견 충돌이 생겨 나는 그 친구들과 뜻을 같이 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그 친구들은 그 친구들의 길로 나는 나만의 길로 여행 계획을 짜기 시작하였다.


유럽에 대해 그렇게 찬양하시던 교수님은 이윽고 학교에서 배울 것은 없으니 휴학을 하던 자퇴를 하던 학교 밖에서 배우라고 하셨고 취직만 생각하며 20대 청춘을 보내지 말라고 하셨다.(학생에게 자퇴와 휴학을 권한 교수님은 처음이었다.) 그렇게 교수님의 말을 듣자마자 학교 과사무실로 가서 휴학계를 내고 온전히 여행갈 계획을 세웠다. 그 때 머릿속에서 떠오른 생각이 산티아고 순례길이었다. 생각만 해도 가슴 뛰는 여행이 될 것 같았다.


끝이 안보이게 펼쳐진 밀밭 길을 따걷고 있는 여행자들

산티아고를 가겠다고 결심을 했을 때 나에게 있는 돈은 한국과 프랑스를 왕복할 수 있는 비행기 값이 전부였고 나는 9월에 출발하는 비행기를 예매했다.(그 때가 4월이었다.) 돈을 모으기 위해 하루에 10시간씩 5개월 동안 돈을 모았고 9월에 드디어 인천에서 파리로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유럽에서 여행하기 충분한 돈은 아니었지만 순례길에서 누가 호화로운 생활을 하며 맛있는 음식을 즐기겠는가. 이미 순례길을 가겠다고 한 순간부터 나는 순례자였다. 길에서 노숙할 생각도, 하루 이틀은 빵 조각만 먹고 걷겠다고 다짐한 후였기 때문에 돈은 크게 문제되지 않았다.


파리에 도착한 후 순례길에 시작점이라 할 수 있는 생장이라는 도시로 가기 위해 이미 몇 개월 전부터 싸게 구입한 기차표가 있었다. 그런데 파리 샤를 드골 공항에서 출입국 수속이 늦어지면서 그 열차를 보기 좋게 놓쳐버렸다.


그래서 최대한 빨리 가는 열차를 프랑스어도 안 되는 내가(프랑스는 자기 나라에 대한 자부심이 커서 영어로 물어봐도 프랑스어로 대답해주는 대단한 나라였다.) 몸짓발짓 해가며 다음날 생장으로 가는 기차를 예매하였다.


물론 전에 예약한 기차표는 날렸고 급하게 구하다보니 가격도 한국에서 예매한 것 보다 훨씬 더 비쌌다.(두 배는 더 주고 기차표를 구한 것 같다) 기차표는 구했는데 이제는 파리에서 노숙을 해야 하는 신세였다. 이미 몇 군데 숙소를 알아보니 가격도 너무 비싸고 빈 방도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몽파르나스역에서 노숙을 하려했는데 칼 맞고 강도당하기 딱 좋은 곳이었다. 사람이 마음이 급해지면 어떻게든 방법은 찾게 되는 법이다. 핸드폰으로 계속 숙소를 검색해 어느 한인민박집을 찾았고 지금 내 사정을 말해서 하룻밤을 잘 수 가 있었다.


에펠탑이 보이는, 야경이 끝내주는 민박집이었다. 그렇게 침대에 누워 하루를 되돌아보니 내가 이렇게 순발력이 좋은지는 처음 알았고 혼자 나름대로 위기에 대처하는 능력도 있는 것을 처음 알았다. 아마 이런 일을 겪지 않았으면 언제 알게 될지 모르는 내 능력이었다.


24년 인생에서 가장 당황스러웠던 하루였고 가장 자랑스러웠던 하루였으며 모든 여행이 계획한 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도 깨닫게 해주는 날이었다. 그래서 낯선 곳으로의 여행은, 특히 내가 사는 곳과 멀어질수록 흥미진진하고 배울 것도 많다.


파리의 새벽 공기는 상쾌했으며, 떠나기 싫은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쭉쭉 뻗은 거리와 우아한 건물을 보고 있으면 누구라도 파리를 떠나기 싫게 만들 것이다. 파리는 그곳에 있는 것만으로 내 가슴을 뛰게 만들었다.


하지만 원래 목표했던 산티아고 대성당을 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떠나야했다. 마치 첫 휴가를 나와서 여자친구를 보고 다시 군대에 들어가는 심정이랄까……. 그렇게 파리에서 바욘으로 기차를 타고 이동을 했고 바욘에서 생장까지는 버스를 타고 이동하였다.


새벽부터 출발하였는데 생장에 도착하니 이미 오후 3시가 넘어서 출발을 할 수가 없었다. 순례자 등록을 마치고 순례자 여권을 받은 후 알베르게(순례자 전용 숙소다.)에 짐을 풀고 생장이라는 마을을 한 바퀴 둘러보았다.


옛날 성을 그대로 보존하고 그 안에 상점과 알베르게가 있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으며 내가 21세기를 살고 있는 것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들도록 하는 마을이었다. 그리고 이 마을에서 그 당시에는 몰랐지만 지금까지 인연을 맺고 있는 소중한 사람들을 만났다.


이것 또한 여행에 재미인 것 같다. 전혀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과 서로를 알아가고 많은 대화를 나누며 친분을 쌓아가는 것, 누군가에게는 그저 남의 일처럼 멀게 느껴질 수도 있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낭만적으로 느껴져 당장 배낭을 싸고 여행을 떠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내가 순례길에 가서 이런 동생들을 만나고 이런 사람들을 만났다고 하면 반응은 대개 우와, 되게 멋지다. 나도 해보고 싶다.’ 이렇게 말을 한다. 하지만 이렇게 말을 한 사람들 중에는 당장 배낭을 싸서 떠난 사람들을 볼 수가 없었다.


교수님이 수업 중에 학교 밖으로 나가 배우라고 말씀하셨어도 정작 그걸 실행한 사람은 나 포함해서 5명도 안되었을 것이다. 나 같은 경우는 20대 초반에 군대를 막 전역하고 사회에 나와 하고 싶은 것이 정말 많았다. 그런데 대학교에 복학을 해야 했고 벚꽃이 피는 교정을 바라보며 학교 밖으로 나가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주변 내 또래들은 도서관에 앉아 공무원 준비나 취직을 생각하고 있을 때, 나는 내 또래보다 늦게 출발하더라도 내 또래들보다 많은 것을 경험하고 싶었고 누구나 가는 명백한 길로는 가기가 싫었다. 그래서 학교 밖으로 나와 유럽으로 가는 길을 택하였다. 그리고 산티아고 순례길이 시작하는 곳에서 나의 인생 최대의 도전이 시작되었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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