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일에 무관심한 이장이 돼서는 안돼"
제원면 길곡 1리 배순철 이장
제원면 길곡리마을
제원면 길곡 1리는 국사봉에서 두 개의 산줄기가 뻗는 사이에 자리하 고 있다. 동쪽으로는 신안리, 서쪽 으로는 동곡리와 접하고 남쪽으로 는 대산리, 북쪽으로는 군북면 산 안리와 경계를 이루고 있다. 마을이 자리하고 있는 지형이 문 주봉을 향해 오목하고 길게 자리 하고 있기 때문에 조선시대 말기에 질곡리라 불린 기록이 있는데 세월 이 흘러 같은 곳을 길곡리라 표시 한 것을 보아 마을 이름이 변한 것 을 알 수 있다.
또한 국사봉, 성재 산, 선암산, 신음산 등 명산에 자리 해 길하다는 뜻의 길곡리라고 명명 됐다는 설도 있다. 1914년 행정구 역 통폐합 때에 티후리와 신촌리 일부를 병합해 현재 7.33km²의 면 적이 됐다. 옛날 옛적에 어느 새색시가 이곳 으로 시집을 왔다가 친정에 다녀올 일이 있어 나갔는데, 다시 마을로 돌아갈 엄두가 나지 않아 돌아오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마을에서 운영하고 있는 신안희망권역센터
골짜기가 얼마나 긴지 짐작이 되는 설화다. 마을이 여러 산과 재뒤재(재뒤에 서 동곡리로 넘어가는 고개)로 둘 러싸여 있는 덕분에 자연환경이 오 염되지 않고 그대로 보존돼있다. 이곳에서는 콩과 인삼, 그리고 특 이하게도 두메부추(산부추)와 산 마늘을 재배한다. 군(郡)에서 특용 작물을 마을마다 권장했는데, 산이 거의 대부분인 마을 특성으로 인해 산마늘을 재배하게 됐다고 한다.
배순철 이장(제원면 길곡리)
원래 울릉도와 강원도 일부 지역에 서만 재배되는 작물인데 이곳과 기 후가 맞아 재배할 수 있게 됐다. 노 지 재배를 하다 보니 면적당 수확 량은 낮은 편이라고 한다. 배순철 이장(59)은 대대로 이곳에 서 살았고 외지에 나가서 산 적도 없는 길곡 1리 토박이다. 이미 80 년대 젊은 시절부터 마을의 여러 모임을 맡으며 마을을 위한 활동을 많이 했다고 한다.
그러다 제원 출 신의 아내를 만나 가정에 충실하겠 다는 서약을 하면서 잠시 마을 일 을 멀리했으나 7년 전인 2010년, 마을 어르신들의 요청으로 이장일 을 시작했다고 한다. 물론 당시 아 내의 반대도 심했고 마을 주민들 중에도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었지 만 딱 2년의 시간을 달라며, 만약 그 전에 실수를 하거나 사익을 추 구하는 행동을 한다면 바로 그만둘 것이고 그때까지 잘 맡아서 운영을 한다면 그때는 주민들 뜻에 맡기겠다고 설득하고 시작한 것이 올해로 7년째다. 또한 제원면 이장협의회 장도 맡고 있다.
마을은 현재 34가구가 살고 있으 며 총 27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의 아해서 물어보니 빈집이 아니고 외 지에서 왔다 갔다 하며 살고 있어 서 그렇다고 했다. 도시민의 귀농· 귀촌은 그동안 허락하지 않다가 작 년부터 받고 있는데, 그동안 다른 마을에서 도시민들과 원주민들 간 의 갈등을 많이 봐와서 허락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다가 이장이 도시민들에게 먼저 다가가 원주민 들과의 연결고리가 된다면 그런 갈 등을 줄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 에 받기 시작했다. 그리고 처음 생 각 그대로 먼저 다가가 마을 소개 는 물론 주민들과의 소통까지 도와 주고 있다. 현재 귀농·귀촌인은 5 명이고 이들의 적응을 위해 이장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길곡 1리에는 2009년에 신안권역 사업의 일환으로 조성된 ‘조팝꽃피 는마을 희망센터’가 있다.
현재 전 국에 870개가 넘는 농촌체험마을 이 있는데 이곳이 충남도 다섯 손 가락에 안에 든다며 자랑스럽게 얘 기했다. 그도 그럴 것이 체험프로 그램과 기업 세미나를 통해 당일체 험과 숙박체험 모두 매년 늘어나고
있으며 작년에는 8000명에 육박하 는 사람들이 이곳 희망센터를 찾았다.
또한 농촌인성학교로 지정돼 다른 일반 체험마을과 차별화된 프 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전체 34가구 중에서 32가구가 희 망센터 운영에 참여하고 있으며 그 중 11가구는 체험프로그램 운영을 함께하고 있다. 음식 제공, 센터 청 소, 농사 체험, 농작물 판매 등 모 든 부분을 주민들 스스로의 힘으로 운영하고 있다.
배순철 이장도 프 로그램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3년 전에 농어촌마을해설가 교육과정, 농어촌마을체험 지도사, 인성지도 자 교육과정을 수료했고 웃음치료 사 1급, 노래강사 1급, 전문강사 1 급 자격증도 취득했다. 그는 뭐든 지 대충하는 법이 없어서 맡은 어 떤 일이든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실제로 그렇게 행동한다. 원래 하던 개인 사업도 접고 현재 는 희망센터 운영에 집중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희망센터는 꽤 잘 운영되고 있지만 가정에 수입원이 없어 아내가 좋아하지 않는다고 쑥 스러운 듯 웃으며 말했다. 또한 버스 배치시간이 5~6시간이 나 돼 혼자 지내는 어르신들이 보 건소에 가기 힘들기 때문에 이장을 맡으면서 직접 보건소에 모셔다드 리고 있었는데, 희망센터 일을 맡 으면서 그런 활동에 소홀해진 것 같다고 스스로를 자책했다. 하지만 어르신들이 이장을 편하게 생각하 지 않으면 이장이 오든지 말든지 신경 쓰지 않을 텐데 본인이 오기 를 기다렸다고 말을 해줘서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주민들과의 소통을 중요시하는 그였다. 가족 간의 소통, 특히 자녀와의 소 통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 에게는 장성한 아들과 딸이 하나 씩 있었는데 전날에도 아들과 40 분가량 통화했다고 했다. 자녀교육 에 있어 학업보다 인성을 더욱 중 요하게 생각해서 항상 인성을 강조 했다고 한다. 어느 날은 학교 교장 선생님에게서 전화가 왔는데, 아들 이 등하굣길에 항상 운동장과 교내 의 쓰레기를 줍고 다닌다며 칭찬하 는 내용이었다.
다른 선생님도 아 니고 교장선생님이 직접 얘기를 하 니 더 기특하게 느꼈다고 한다. 공 부보다 봉사활동을 더 열심히 다니 는 걸 보며 참 잘 키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이처럼 가족과 주민들에게는 불만 이 하나도 없는 배순철 이장이지만 길곡 1리 마을 발전을 위해 금산군 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고 했다.
마을을 위해 희망센터를 지어준 것은 고마운 일이지만 후속지원이 하나도 없어서 더 발전하기 힘들 다는 것이다. 현재는 마을 주민들 이 합심해 그럭저럭 운영하고 있지 만 운영비 지원이라고는 최저임금 도 안 되는 사무장 월급밖에 없고 공과금 지원도 없어 프로그램 운 영, 농작물 판매 등으로 수익을 내 서 운영하고 있는 상황이다. 기존 프로그램만으로도 벅차다보니 새 로운 프로그램은 엄두도 내지 못하 고 있다.
방문객은 점점 늘어나는 데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배순철 이장은 즐길거리, 먹거리, 볼거리 등 농촌관광산업시스템을 구축 및 활성화하는 후속사업을 진 행해주기를 원하고 있다. 미비한 성과를 내는 곳을 지원해주는 것 도 좋지만 잘되고 있는 곳을 더 지 원해주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 될 거라는 말도 덧붙였다.
가능하다면 가장 우선적으로 사무장의 월급을 인상해주기를 부탁했다. 희망센터는 농림부 산하기관인데 전국 870여개 체험마을 중 그 얼 마 되지 않는 사무장의 월급을 뜯 기 위해 방문객수를 허위로 보고하 는 곳도 있다고 한다. 관리해야하 는 곳이 많아 직접 감사가 어렵다 는 점을 노린 악질 수법이다.
제대 로 된 감사가 이루어지면 이런 유 령체험마을도 없어질 것이고 사무 장의 월급도 인상할 수 있을 거라 고 배 이장은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이장들과 주민들 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우선 이장들에게는 너무 지나치게 는 하지 못하더라도 마을일에 너무 무관심하지는 말자는 말을 전했고 주민들에게는 리더가 조금 부족하 더라도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동참 해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앞으로 이장을 언제까지 맡을 거 냐는 질문에는 이장의 임기가 3년 이지만 임기에 연연하지 않고 실수 하는 그 순간 그만둘 각오로 일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고 싶다고 해서 계속 할 수 있는 게 아니고 책 임감과 사명감을 가지고 해야 한다 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언제 나 초심을 잃지 않고 처음 이장을 시작할 때의 마음으로 오늘을 살고 있다며 이야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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