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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용 칼럼]지방 관피아 두목은 단체장이다

by JSS열린세상 2014. 6. 11.

지방 관피아 두목은 단체장이다

김학용 칼럼중앙과 지방의 차이점

 

충남도의 한 시군 출신 변호사는 얼마 전, 사석에서 “군수를 선거로 뽑지 말고 외부에서 유능한 CEO를 데려오면 좋겠다”고 했다. 군수가 내줄 수 없는 허가를 마구 내주고, 비위 소문이 꼬리를 무는 데도 누구도 제지할 수 없는 지경이라고 했다. 

“차라리 대기업 CEO를 군수로 데려오자”는 변호사

군수로 나올 만한 젊은 인재들은 고향을 떠나고 부패하고 무능한 사람들이 군수가 되어 온갖 비리를 저지르고 있지만 대책이 없다는 하소연이었다. 차라리 지방자치를 포기하고 대기업 CEO를 데려와 지역 살림을 맡기는 게 더 낫겠다는 것이다.

이 지역에는 군수가 2명이라는 말이 회자된 지 오래다. ‘주간 군수’와 ‘야간 군수’가 있다는 것이다. 주간 군수는 주민들이 뽑은 군수이고 야간 군수는 주간 군수에게 선거자금 등 뒷돈을 대주고 인허가 사업에 관여하는 브로커다. 주간 군수는 코가 꿰인 상태라서 합법이든 불법이든 야간 군수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수 없다.

군(郡)의 행정은 쑥대밭이 되고 있다. 군데군데 산허리가 잘려나가며 산림 지역이 허옇게 드러나 있고, 농지에 어떻게 들어왔는지 벤젠 배출 공장이 들어와 버젓이 가동되고 있다. 충남도 감사실은 이런 내용을 알 만도 한데 감사해서 조치했다는 얘기는 없다.

이 지역이 좀 더 심한 것으로 보일 뿐, 상당수의 지방자치단체에서 벌어지는 일이라고 봐야 한다. 농촌과 도시가 다르지 않고, 기초자치단체와 광역자치단체에도 차이가 없다고 본다. 안행부 자료에 따르면 민선 4기 기초단체장 가운데 47%가 비리와 위법 혐의로 기소됐다. 그 중 일부는 ‘주간 군수’ 같은 사람들이다.

‘중앙 관피아’와 ‘지방 관피아’의 다른 점

검찰이 ‘관(官)피아’ 척결에 나섰다. 세월호 사고는 주로 중앙부처 공무원들과 민간업체의 유착관계를 세상에 드러냈지만, 지방에도 그에 못지 않은 관피아가 있다. 지방은 중앙과 다른 점이 있다. 중앙에선 고위직 공무원들이 관피아의 중심에 있는 편이고, 지방에는 공무원보다는 시도지사, 시장 군수 구청장 자신들이 관피아의 핵심이다.

관피아는 민간업체와 유착관계를 통해 사적 이익을 취하면서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저버리는 반(反)공익적 관료집단이다. 그러려면 민간업체와 공적 사적으로 교류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중앙부처에선 공무원이 유리하지만 지방에선 단체장이 훨씬 유리하다. 최소 4년 이상의 임기가 보장되는 데다 권한 행사도 단체장이 직접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지방에선 자치단체장이 ‘관피아의 두목’이다.

무법천지 세월호를 눈감아준 관피아들은 무고한 생명 300명이 희생이 되고서야 그들의 행태가 백일하에 드러났듯, 지방 관피아의 실상도 잘 드러나지 않는다. ‘야간 군수’가 있다는 그 지역도 아마 큰 사고가 터질 때까지는 가려져 있을 것이다. 벤젠을 배출하는 공장 인근의 농작물에서 발암물질이 나오면서 큰 소동이 빚어진 뒤에야 관피아의 진상이 드러날지 모른다.

수지맞는 지방 관피아 공무원들

세금 도둑질만 하는 관피아는 세상에 노출될 가능성이 더 희박하다. 지방자치단체에서 발주하는 사업이나 용역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특정 업체를 위해 필요도 없는 용역을 발주하고, 여러 업체를 경쟁시켜 더 저렴한 비용으로 할 수 있는 데도 한 곳만 골라 협상을 진행하기도 한다. 기업체와의 유착 때문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 일이다.

공무원들이 ‘자리’를 독점하는 관피아는 지방에서도 중앙 못지 않다. 지방공기업이나 공단의 임원은 거의 간부 공무원들의 몫이다. 시청의 고위 간부를 지낸 공무원 가운데는 임기를 약간 남겨놓은 상태에서 지방공기업으로 자리를 옮기는 경우가 적지 않다. 공기업에 가면 공무원 할 때보다 더 많은 월급을 받으면서 공무원연금까지 받는다. 

보통의 회사원들은 정년을 채우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회사를 그만두면 100~200만원의 월급을 받는 직장도 구하기 힘들다. 이들에 비하면 시도청의 일부 간부들은 딴 세상에 사는 사람들이다. 순전히 공무원이란 이유로 주어지는 특혜다.

대전시 산하 공기업 임원 자리라고 해서 대전시 간부 공무원만 갈 이유는 없다. 청양대학이 충남도 소속 기관이라고 해서 총장의 임용조건까지 바꿔가며 도 간부가 차지해야 할 이유도 없다. 그럼 왜? 그런 자리는 그냥 관피아의 자리일 뿐이다. 업무 효율성이나 능력과는 관계가 없다. 사람을 받은 쪽은 상급기관(시청이나 도청)과의 원만한 소통을 위해서 받고, 주는 쪽은 자신들의 인사 숨통을 튼다는 명목으로 보내곤 한다. 승진과 자리에만 관심 있는 ‘관피아 이기주의’다.

시도지사 측근들도 관피아 혜택

이런 혜택은 공무원만 누리는 것은 아니다. 시도지사의 외부 측근들도 관피아의 혜택을 받는다. 재작년 어떤 사람은 정무부시장을 지내고 대전상의 부회장으로 갔다. 형식으로야 상의가 필요해서 절차를 거쳐 뽑은 것이지만 알 사람은 다 아는 관피아의 낙하산이었다.

민간업체로 내려가는 관피아도 있다. 퇴직한 뒤 건설업체나 용역업체에 들어가 로비스트로 활동하는 경우다. 대개는 기술직이다. 로펌에서 전관예우를 기대하고 뽑는 고위 법관 출신 변호사와 비슷하다. 변호사와 다른 점은 로비스트는 자치단체장의 ‘인정’을 받아야 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그 로비스트는 내실있는 ‘전관의 예우’를 받기 어렵다. 지방 관피아에는 ‘사업’이든 ‘자리’든 그 중심에 자치단체장이 있다.

관피아의 낙하산을 억제하려면 실질적인 공직 개방을 통해 민간인에게 진입 장벽을 낮춰야 한다. 자칫 시도지사의 외부 측근에게만 좋은 일이 될 수도 있으니 여우 피하려다 호랑이 만나는 꼴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시도지사의 인사권에 대한 견제 장치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인사청문회 제도를 두는 것도 관피아를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지방언론 살리는게 해법.. 지방자치도 살릴 수 있어

근본적으로는 지방언론 활성화가 중요하다고 본다. 관피아 문제를 넘어 지방자치 자체가 언론 기능이 활성화되지 않으면 사실상 어렵다. 가령, 자치단체장이 벌이는 지역사업이 적절한 것인지, 특정 업체에게 특혜를 주지는 않는지, 자격 미달의 측근을 중용하지는 않는지 등 시민들이 알아야 할 사항은 수 백, 수 천 가지다. 모두 언론을 통해 최대한 사실대로 전달되고 감시돼야 한다. 물론 관피아도 감시 대상이다. 

그러나 지방언론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야간 군수’가 있다는 그 지역에서 ‘야간 군수’ 문제를 보도하는 언론은 한 곳도 없다. 언론도 그런 군수와 공생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 지역만 그런 건 아니다. 대전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시민들조차 잘 알지 못하고, 충남도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도민들조차 잘 모른다.

검찰이 관피아에 칼을 뽑았지만 척결은 힘들다. 지방언론을 살려야 한다. 언론이 살아나지 않으면 자치단체장이 4년 동안 뭘 하고 다니는지 제대로 알 도리가 없다. 상황이 그렇게 된 지는 오래 됐다. 지방선거에서 관피아의 두목 노릇만 하는 사람들이 계속 당선되면서 차라리 CEO를 데려다 군수 시키자는 얘기까지 나오는 것이다.

 

※ 본 칼럼은 디트NEWS24에서 옮겨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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