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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 화재 참사가 주는 교훈

by JSS열린세상 2018. 1. 10.

제천 화재 참사가 주는 교훈

                              

아주 오래 전에 타블로이드판 신문 한 귀퉁이에서 읽은 짧은 이야기가 생각난다. 내용은 이렇다.


어느 대도시의 아침, 다리가 무너지는 바람에 시내버스가 강에 떨어져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모두가 원통하고 억울하겠지만 그 중에 특히 억울한 사람이 3명 있었다. 첫 번째 억울한 사람은 3번 버스를 8번으로 잘못 알고 탄 사람이고, 두 번째 억울한 사람은 떠나려는 버스에 급히 달려가 꽁무니를 두드려 간신히 탄 사람이며, 세 번째 억울한 사람은 자리에 앉아 졸면서 가다가 내릴 정류장을 지나 한 정거장 더 가다 죽은 사람이다.’


유머라 하기도 그렇고 어이없다 하기도 그렇다. 그런데 어찌 보면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겪을 수도 있는 얘기다. 필자도 실제로 버스를 잘못 탔던 경험이 있다. 어느 날 점심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시내버스를 탔는데, 조금 가다보니 다른 길로 가는 것이었다.


집에서 4-5분 거리의 고개 언덕에 103번과 113, 613602605번이 정차하는 버스 정류장이 있는데, 모임 장소에 가려면 103번이나 613번을 타야 했다. 필자는 613번이라 생각하고 탔는데 가는 방향이 전혀 달랐다. 이상하게 생각하고 버스노선도를 보니 113번 버스였던 것이다. 중간에 다른 버스로 환승을 했지만 모임에는 늦고 말았다.


원인은 그날 집에서 좀 늦게 나온 관계로 서둘러 언덕에 다다르니 마침 출발하려는 버스가 있었다. 버스 측면에서 얼핏 보니 613번이었다. 버스번호를 대충 보고 탄 게 잘못이었던 것이다. 덤벙댄 탓이다. 또 어떤 때는 차를 타고 가야할 곳이 있어 서둘다 보면 차 앞에 가서야 차키를 가져오지 않은 것이 생각날 때가 있다. 이런 경우는 덤벙댄 것인지 건망증인지 잘 모르겠다.


그런데 개인이야 덤벙대던 건망증이던 그 결과에 대해 본인이 감내하면 되지만, 공직자가 덤벙대서는 안 될 것이다. 특히, 위험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구출하기도 해야 하는 직종의 공무원들은 더 그렇다.


그들이 덤벙대거나 대충대충 일을 하면 피해를 고스란히 국민들이 보기 때문이다. 지난해 1221일 충북 제천에서 29명이 사망하고 37명이 다치는 화재사고가 있었다. 8층짜리 스포츠 센터에서 발생한 화재인데 2층의 여자 목욕탕에서만 20명이 숨지는 대참사였다.


2층에서 숨진 사람들은 구조 활동이 조금만 신속했더라면 모두를 구할 수 있었기 때문에 더 안타깝고 아쉬움이 컸다. 물론 소방공무원들도 진화를 위해 필사의 노력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인명구조가 우선이어야 했다. 그날 2층의 20명은 많은 시간 생존해 있었고, 그들 중에는 119나 가족에게 수차례 구조요청까지 했다.


또 밖에서도 2층에 사람들이 있음을 알고 있었고, 일부 가족들은 2층의 통유리 외벽을 깨달라고 요구까지 했다. 소방 당국은 대형 가스통 폭발을 막기 위해 진화에 진력하느라 유리벽을 깰 수 없었다고 하지만, 2-3 명이라도 현장에 있던 사다리차를 이용해 유리벽부터 깨야 옳았을 것이다. 산 사람 구조가 우선 아닌가

 

어떤 민간인은 자기 사다리차를 이용해 더 높은 층의 3명을 구한 후(소방대를 믿고) 떠났다고 하니 사다리차 진입 공간은 충분했을 것이다. 또 나중에 밝혀진 119 통화내용에 의하면 2층의 한 여자 분이 전화를 해 수십 차례나 다급하게 구조해달라면서 위치가 2층이라고 알려 주는데도 119 수화자는 몇 번이나 어디냐고 되묻고 있었다. 119 긴급통화를 하면서 메모조차 하지 않는 것일까.


3층의 남탕에 있던 사람들은 비상계단을 통해 전원이 탈출했다고 한다. 3층의 비상계단이 1-2층과 연결되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닌가? 소방대원들이 이 비상계단을 이용해 2층의 막혀있던 비상구를 열었다면 20명은 전원이 생존했을 것이다. 그런데 한심한 것은 구조위치가 2층이라고 누차 말했음에도 구조대가 현장에 도착해서는(어떤 이유인지 모르지만) 지하층부터 수색했다고 한다.


화재는 1층 천정에서 발화해 8층까지 번졌는데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구조대의 2층 진입은 유독가스에 질식돼 모두가 숨진 후였다고 한다. 2층에는 불길이 번지지 않아 일부에 그을음뿐이고 깨끗했다니 통유리 외벽을 일찍 깨지 못한 것이 유족들에겐 한이 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고층도 아닌 눈앞의 2층에서 20명이나 몰죽음을 했으니 말이다.

 

화재에 취약한 이런 다중이용 복합건물은 소방서에서도 별도 관리하고 있었을 게 틀림없다. 따라서 현장으로 출동할 때는 실내구조 파악을 위해 건물도면 지참이 필수인데도 이를 지참하지도 않았다 한다. 어이없는 일이다. 초기에 비상계단 입구를 쉽게 찾지 못한 것도 이래서 일 것이다.

 

좀 심한 말일지 모르지만 평소에 훈련을 대충했거나, 일을 당해 허둥댄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 긴급 상황에서 귀중한 생명을 살리느냐 죽이느냐는 현장에서의 정확한 사태 판단과 신속한 대처 여부에 달려있다 할 것이다.


평소에 힘든 훈련과 매뉴얼을 제대로 숙지해야 어떠한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능숙하게 대처할 수 있다. 다른 지자체들도 이 화재사고를 강 건너 불 보듯 하지 말고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평소에 훈련을 대충하거나 일을 당해 허둥대면 큰 대가(희생)가 따른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나창호(수필가, 전 부여군 부군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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