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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용의 힘과 우분투(Ubuntu) 정신

by JSS열린세상 2018. 1. 16.

관용의 힘과 우분투(Ubuntu) 정신

(수필가, 전 부여군 부군수 나 창호)

 

다른 사람의 잘못을 너그럽게 받아들이거나 용서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구나 자기의 목숨을 뺏으려 했던 사람에게 관용을 베풀고 높은 자리에 앉히는 일은 더 그렇다.


중국의 춘추시대 때 첫 번째 패자가 된 이는 제환공(濟桓公)이다. 기원전 716년에서 643년까지 살았다. 그가 패자가 된 것은 관중을 등용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관중은 제나라의 혼란기에 공자 소백(후의 환공)이 그의 형 공자 규와 왕위를 놓고 다툴 때 규의 편을 들었다.


심지어 활을 쏴 그를 죽이려고 했다. 간신히 목숨을 건진 소백이 왕위에 오르자 관중을 죽이고자 했다. 하지만 그의 스승이던 포숙이 천하의 패자가 되려면 관중을 살려 중용해야 한다.”고 극구 말렸다. 제환공은 스승 포숙아의 뜻에 따랐다. 대단한 포용력이고 관용이었다. 제환공은 관중을 재상으로 삼았고 그의 도움으로 중원의 첫 번째 패자가 되었다.


진목공(秦穆公)도 춘추시대 패자로 불린다. 기원전 659년부터 621년까지 재위했다. 그는 덕과 믿음과 힘을 갖춘 군주였다. 어느 날 진목공의 수레가 부서져 말 한 마리가 달아났다. 보통 말이 아닌지라 진목공이 친히 찾아 나섰다. 그런데 기산(岐山)의 남쪽 기슭에 이르자 사람들이 그 말을 잡아서 막 먹으려 하고 있었다.


목공은 아끼던 준마가 죽은 걸 보고 탄식했다. 하지만 그는 말고기를 먹고 술을 먹지 않으면 몸을 상한다.”며 모두가 먹을 만큼의 술을 하사하고 돌아갔다. 그들을 처벌한다 해도 이미 죽은 말이 살아날 리가 없음을 알고 오히려 관용을 베푼 것이었다.


군주의 말을 잡아먹었으니 모두가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었는데, 오히려 술까지 얻어먹었으니 얼마나 감동했겠는가. 1년 후 진목공이 진()나라와 전쟁을 하게 됐는데, 적군에게 겹겹이 포위돼 목숨이 위태로운 지경에 처했다.


이 때 기산 기슭에서 300여명이 홀연히 나타나 진목공을 필사적으로 구해냈다. 지난 해 말고기와 술을 얻어먹은 사람들이었다. 이들로 인해 진목공은 목숨을 구했을 뿐만 아니라 전쟁에서도 크게 이겼다.


춘추시대 마지막 패자인 초장왕(楚莊王)은 기원전 613년 즉위해 23년간 재위했는데, 그도 관용을 베풀어 목숨을 구한 사람이다. 어느 날 초나라 장왕이 반란을 평정한 후 신하들에게 성대한 연회를 베풀었다.


밤늦게까지 연회를 하며 애첩으로 하여금 신하들에게도 술을 따르게 했다. 그런데 분위기가 한창 무르익을 무렵 갑자기 광풍이 불어 촛불이 모두 꺼졌다. 이 때 애첩이 소리쳤다. 누군가가 몸을 더듬으며 희롱을 했다면서 그 자의 갓끈을 잡아떼었으니 불을 밝힌 후 처벌해 달라.”고 했다.


그런데 초장왕은 뜻밖에도 불을 켜지 말라면서 모두 갓끈을 떼어내라는 영을 내렸다. 애첩을 희롱한 신하가 누구인지 모르게 하기 위해서였다. 왕은 불을 밝힌 후에도 아무런 일이 없었다는 듯이 신하들과 즐겁게 마시고 놀았다.


3년 후 중원의 진()나라와 전쟁 중에 장왕이 아주 위급한 상황에 처했는데 별안간 한 장수가 나타나 그를 구해냈다. 지난 날 잔치 때 왕의 애첩을 희롱한 당교라는 장수였다. 그는 왕의 너그러운 관용에 감동해 언젠가 꼭 은혜를 갚으려했다고 말했다.

 

네가 있기에 내가 있다. 우리가 있기에 내가 있다. (I am because you are. I am because we are.)’ 아프리카의 부족문화를 연구하던 서양의 한 인류학자가 어느 부족 아이들에게 달리기 시합을 시켰다.


1등을 한 사람에게 아프리카에서는 먹어보지 못한 달콤한 과일들이 담긴 바구니를 상으로 주겠다고 했다. 그런데 누구나 죽어라하고 달릴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출발신호가 떨어지자 아이들은 손에 손을 잡고 함께 달렸다.


 공동으로 일등을 하고나서 과일을 웃으며 나누어 먹었다. 학자가 아이들에게 왜 힘껏 달리지 않았느냐고 묻자, 아이들은 다함께 우분투(Ubuntu)’라고 외쳤다. 그중 한 아이가 말했다. “과일을 혼자 차지하면 다른 친구들이 모두 슬퍼하지 않겠느냐. ‘다함께 행복하자는 것이 아프리카의 우분투다. 이는 곧 화해의 정신이기도 하다.


한 때 25%에 불과한 백인들이 통치하던 남아프리카공화국은 백인 우월주의에 의해 인종차별이 아주 심했었다. 흑인 인권운동을 하던 넬슨 만델라는 종신형을 선고받고 27년간이나 옥살이를 하다 1990년에야 풀려났다.


그는 1993년에 남아공의 안정화와 인권운동에 대한 공로로 노벨평화상을 공동 수상했고, 1994년에는 민주헌법에 의해 남아공에서 처음 실시된 다민족 총선거에서 최초의 흑인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대통령이 된 만델라는 용서는 하되 잊지는 않는다.’진실과 화해위원회를 설치하면서 남아공의 일치와 화해를 위해 우분투를 강조했다고 한다. 과거의 백인정권이 인종차별 반대투쟁을 벌이던 흑인들을 화형, 또는 총살하는 등의 잔악한 행위를 한 국가 폭력자들이 진심으로 죄를 뉘우치면 사면을 했다.


, 피해자들의 무덤에는 그 가족 등의 요청에 의해 비석을 세워줌으로써 인종차별 시대의 국가폭력 피해자들이 잊히지 않도록 했다.

이렇게 남아공은 피를 흘리지 않고 과거사를 정리했다. 이에는 우리가 있어 내가 있다는 우분투 정신이 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우리나라도 지금 관용과 우분투가 필요하지 않을까. 굳이 사족을 달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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