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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선진사회로 가려면 시민의식이 깨어야 한다-수필가, 전 부여군 부군수 나창호

by JSS열린세상 2018. 1. 30.

선진사회로 가려면 시민의식이 깨어야 한다

수필가, 전 부여군 부군수 나창호

 


충북 제천에서 29명이 사망하고 40명이 다치는 끔찍한 화재 참사가 일어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한 달이 훌쩍 지났다. 인구 13만 여명쯤 되는 작은 도시에서 발생한 화재였는데도 예상하기 힘들만큼의 많은 사람들이 죽고 다쳤다.


초동대처에 미흡했다는 이유로 많은 소방공무원들이 문책을 받는 모양이다. 2층 여자목욕탕에서만 20명이 몰죽음을 한 데 따른 문책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소방공무원들도 억울한 면이 없지 않을 것이다. 목숨까지 담보하며 화재진압을 하고도 문책을 받아야 하는 심정들이 매우 착잡할 것이다.


정부도 반성을 해야 한다. 그동안 사건사고들이 빈발하는데도 안전한 나라만 외쳤지 법률적 미비점 보완과 제도개선에는 소홀했기 때문이다. 소방공무원들을 문책하는 정부도 그리 떳떳치만은 못할 것이다.


화재는 초기 5분 내에 진화를 해야 불의 확산을 막고 피해도 최소화 할 수 있다고 한다. 따라서 화재발생 시는 신속한 출동과 빠른 시간 내의 현장 접근이 필수적이다.


그런데 소방차가 출동하여 화재 현장으로 가려면 불법 주·정차한 차량으로 도로가 막히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고, 화재 현장에서의 진압 공간 확보도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한다. (아파트 단지 내의 경우도 소방차 전용구역에 주차한 차량을 종종 볼 수 있다.) 제천의 경우도 불법 주·정차한 차량을 이동 시키느라 애를 먹었던 것 같다.


더구나 불법 주·정차한 차량을 이동하다 일부 파손이라도 하게 되면 차량 소유주가 손해배상을 청구한다니 난감한 일 아니겠는가. 이는 법률과 제도의 미비 탓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경우는 소방 목적상 파손으로 보아 손해배상 청구를 하지 못하도록 법률로 제한하고, 오히려 소방 방해죄로 형사벌을 가하거나 고액의 과태료 처분을 해야 마땅할 것이다.


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법에 앞서 시민들의 의식수준이 먼저 깨어야 한다. 법적인 제재에 앞서 나의 행위가 사회에 어떠한 피해를 입히는지를 자각해 잘못된 행태를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제천의 화재 때 2층 목욕탕 비상구에 물건을 적치해 인명 피해를 키운 것도 시민의식이 실종됐기 때문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아무리 물질적으로 잘 살게 돼도 시민의식이 뒤떨어진 사회는 선진사회라고 할 수 없다.


우리나라는 유독 교통사고가 많은 나라다. OECD 국가 중 1-2위를 다투지 않나 싶다. 운전을 하다 보면 방향지시등도 켜지 않은 채 불쑥불쑥 끼어드는 차량을 볼 수 있는데 교통사고를 유발하기 십상이다.


교통사고를 일으키면 본인 뿐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시간적·경제적으로 손해를 끼치고, 잘못될 경우는 인명피해까지 입힌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는 것 같다. 고속도로 상에서도 차선을 이리 저리 넘나들며 질주하는 차량을 볼 수 있는데 옆을 스쳐 지나갈 때는 아찔하지 않을 수 없다.


앞 차를 추월하려면 추월차선을 이용해야 하는데 이를 지키지 않는 차량들도 부지기수다. 이는 추월차선이 다른 차량들로 막혀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기도 하다. 원래 앞 차를 추월한 후에는 다시 주행차선으로 진입해야 하는데, 추월차선에서 나오지 않고 계속해서 주행하는 차량들도 없지 않다.


어떤 차량은 빠르지도 않은 속도로 계속 1차선만으로 주행하는 경우까지 있는데, 이는 교통체증의 원인으로 반드시 고쳐야 할 행태다. 자기의 운전 편의만을 생각하는 이기심을 버려야 한다. 또 이는 다른 운전자들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


서양 사람들은 추월차선은 화장실 이용하듯 해야 한다.’고 말한다 한다. 화장실에서 용무를 마치면 바로 나오듯이 추월을 마치면 바로 주행차선으로 다시 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차의 추월차선 이용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서다. 깨어있는 시민의식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에서 추월 질서만 제대로 지켜도 교통사고를 많이 줄일 수 있고 교통 소통도 원활을 기할 수 있을 것이다.


또 하나 잘 지켜질 것 같으면서도 잘 지켜지지 않는 예를 들어본다. 공중화장실에서의 순서 지키기다. 한 때 화장실 입구에서 기다리다 용무를 마치고 나오는 사람이 있을 경우에 순서대로 들어가자는 운동이 일어나 잘 지켜지는 것 같았는데, 언제부턴가 다시 무질서해지고 말았다.


입구에서 기다리지 않고 용무 중인 사람들 뒤에 바짝 다가서서 기다리거나, 안 쪽의 화장실 문 앞에서 기다림으로써 서로 간에 불편을 초래하고 좁은 공간을 혼잡스럽게 하며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 그릇된 버릇이 아닐 수 없다.


올해에는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불을 넘어 설 모양이다. 이제 나라의 경제 수준에 걸맞게 시민의식 수준도 향상돼야 한다. 우리가 일상생활 중에 무심코 행동하는 작은 일들이 외국인의 시각으로는 이해가 안 되는 낯선 일일 수도 있다. 선진사회로 가려면 사소한 분야부터 질서를 지켜야 한다. 어찌 보면 이러한 작은 일이 선진사회로 가는 큰 걸음이고 첩경일 수도 있다.


필자가 몇 가지만 예를 들었지만 우리 생활 주변에는 선진 시민의식이 요구되는 분야가 아직도 많이 있을 것이다. 이제는 국민 각 자가 무엇이 정도인지를 깨닫고 스스로 지켜 나갈 일이다.


안전하고 품위 있는 선진사회는 국민 품성이 품위 있을 때 이룰 수 있다. 이를 위해 시민의식이 먼저 깨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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