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혼同性婚과 관련한 소고小考
수필가, 전 부여군부군수 나창호
세계의 3대 미항은 이탈리아의 나폴리,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 호주의 시드니이다. 그런데 미항 시드니에서 매년 2월 말부터 3월초까지 동성애자 축제가 열리는데 세계에서 모여드는 동성애자들이 1만 명도 넘는다 한다.
동성애자 축제가 시드니에서 열리게 된 것은 1969년 6월, 경찰이 게이·레즈비언 바를 수색하자 이들이 이에 항의해 시가행진을 벌인데서 유래됐다고 한다. 세계적인 축제로 발전한 것은 1978년 6월 24일, 시드니의 동성애자들이 동성애차별법에 항의해 거리 퍼레이드를 한 것이 시초라고 한다.
매년 3월 첫째 주 토요일에 펼쳐지는 퍼레이드 구경을 위해 세계에서 모여드는 관광객이 50여만 명이나 된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아이러니하게 동성애자 축제가 시드니의 관광거리가 된 것이다.
그러면 왜 남녀 불구하고 동성애자가 생겨날까? 고故 이윤기 선생이 쓴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다보면 동성애와 관련된 재미난 이야기가 나온다. 고대 그리스에 아리스토파네스라는 희극작가가 살았다. 철학자 소크라테스 보다 나이가 한참 어렸음에도 소크라테스를 곧잘 놀려 먹었다는데, 그가 소크라테스에게 했다는 이야기를 길지만 책에서 옮겨 본다.
“지금은 남성과 여성, 두 가지 성만 있지만, 처음에는 세 가지 성이 있었지요. 남성과 여성을 두루 가진 제3의 성, 즉 양성인도 있었어요. 옛날 사람들은 등도 둥글고 옆구리도 둥글었는데 팔 넷, 다리 넷, 귀 넷에 거시기도 둘이었어요. 머리는 하나에 얼굴이 둘이었는데 두 얼굴은 서로 반대쪽을 보고 있었지요.
걸을 때는 똑바로 서서 걸었지만, 빨리 뛰어가고 싶을 때는 여덟 개의 손발로 땅을 짚어가며 공중제비를 돌아 공처럼 굴러갈 수 있었지요. 사람 모양이 이런 것은 남성은 해, 여성은 땅(지구), 양성인은 달에서 태어났기 때문이지요. 그들의 모양이 둥글고 걸음걸이도 둥글둥글했던 것은 그들의 부모를 닮았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힘이 장사고 야심이 대단했던 그들이 신들의 세계를 공격했던 모양이어요. 화가 잔뜩 난 제우스가 신들의 회의를 소집했지요. 벼락으로 전멸시키자니 그때까지 받아먹은 제물이 아깝고, 그냥 두자니 눈꼴사나워 못 보겠고...
마침내 제우스에게 좋은 생각이 떠올랐지요. 저들을 반으로 쪼개면 약골이 돼 기어오르지 못할 것이고, 신을 섬기는 약골들이 갑절로 늘어나지 않겠어요? 이 말 끝에 제우스는 인간들을 불러 두 쪽으로 쪼개고 아폴론(의술의 신)으로 하여금 가른 자리를 치료해주게 했지요. 인간 반쪽이들이 다른 반쪽이들을 그리워하고 다시 한 몸이 되려는 것은 이 때문이지요.”
이야기는 더 이어지는데, 남성에서 갈려나온 반쪽이들은 한몸이었다 쪼개진 남성반쪽이만을 좋아하고, 여성에서 갈려나온 반쪽이들도 남자에게는 눈길을 주지 않고 여성반쪽이만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반면에 양성인에게서 갈려나온 남성반쪽이는 여성반쪽이를 좋아하고, 양성인에서 갈려나온 여성반쪽이는 남성반쪽이를 좋아한다는 것이다.
고대 그리스의 희극작가가 철학자를 놀리려고 한 말이지만, 그럼에도 동성애자들과 관련해 생각해보면 재미난 농담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의 사회가 실제로 그렇기 때문이다.
더구나 외국에는 동성애자들의 결혼을 법적으로 허용하는 국가도 많다. 2001년 네덜란드를 시작으로 벨기에, 스페인, 노르웨이, 스웨덴, 포르투갈, 아이슬란드, 프랑스, 영국 등 여러 유럽 국가들과, 북미의 캐나다, 미국, 남미의 브라질, 아르헨티나, 대양주의 뉴질랜드, 아프리카의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이 허용하고 있다. 20여 개국쯤 된다.
이외에도 멕시코, 호주 등은 일부 주에서 허용하고 있다. 반면에 이슬람권 국가들은 이슬람율법에 따라 동성애자들을 태형에서부터 최고 사형에 처하는 등 중범죄로 다루고 있다.
필자는 그동안 동성애는 외국이나 가능한 일이라 생각했고, 우리나라에서는 말로만 들었지 실제로 동성애자들을 본 일이 거의 없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머리 박박 깎은 연예인 홍모某씨가 오래 전부터 시드니 동성애자 축제에 자주 참가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것으로 알고 있다.
이제 우리 사회도 스스럼없이 동성애자임을 밝혀도 아무 거리낌이 없는 세상이 된 것 같다. 수도 서울에서 성소수자들의 축제가 열리고 있음이 이를 잘 말해준다.
이로 보면 우리나라도 동성애자가 꽤 많은 모양이다. 문득 여러해 전에 별일도 다 있구나하면서도 무심히 넘겼던 우리나라 남자끼리의 공개 결혼식이 떠오른다.
2013년 9월에 영화감독인 김조광수 씨와 김승환 씨가 청계천에서 동성(同性)결혼식을 올린 일이 있었다. 그들은 동성혼에 대한 담론화를 하고 싶었기 때문에 공개 결혼식을 올렸다고 했다.
이 커플은 혼인신고가 수리되지 않자 헌법상의 행복추구권과 평등권 위반을 들어 행정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도 했었다. 그러면 이 같은 일에 대해 우리나라 사람들은 어떤 마음으로 받아들일까?
그 당시 여론은 찬반으로 확연히 갈리고 있었다. 진보성향의 찬성 의견은 ‘민주국가에서 자유권과 행복추구권을 막는 것은 인권침해며, 누군가와 살 것인가는 이성이든 동성이든 개인적인 판단 문제로 상관할 바가 아니다.’라는 것이었다.
반면에 보수성향의 주요 반대 의견은 ‘전통적 결혼 관념에 어긋나고, 성 정체성과 가치관의 혼란을 초래한다.’는 것이었다. 당시 여론은 동성혼 반대 의견이 단연코 우세했었다.
신들에게 까불다 반쪽이가 된 것이 서러워 다른 반쪽이를 찾아다니는 사정이 딱하긴 하다. 하지만 통상적인 남녀끼리의 결혼이 아닌 남성끼리 또는 여성끼리 결혼하는 것은 아무래도 이상하고 어색하지 않을 수 없다. 동성애자들한테는 미안한 얘기지만, 아직은 우리 사회에서 동성혼을 배척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게 현실이다.
우리나라는 유교문화 국가로 전통을 중시한다. 동성애자들의 인권을 무시해서가 아니라 동성혼을 허용하면 사회적인 혼란과 웃지 못 할 일들이 벌어질 게 뻔하다.
남자끼리 결혼한 경우 신부가 시가에 갔을 때, “얘들아, 인사드려라. 너희들 작은 어머니다.”할 것인가? “여보, 며느리 왔어요.”할 것인가? 여자끼리 결혼한 경우는 어떨까? 여성 남편이 처가에 갔을 때, “사위 왔는가?”하며 반갑게 맞을 수 있겠는가? 장인과 사위가 마주앉아 정답게 술 한 잔이라도 기울일 수 있을까? 아직은 우리 사회에서 용납받기 어려운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더 많은 세월이 흐르면 언젠가 이런 일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아직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하지만 동성(同性)끼리 결혼하는 것이 인간 반쪽이들의 타고난 숙명이라면, 언젠가는 우리 사회에서도 동성혼이 허용되는 시대가 오기는 올 것이다. 남자며느리, 여자사위가 존재하는 세상이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세상이 오더라도 최소한 2∽3 세대쯤 더 흘러간 다음에 왔으면 좋겠다. 문화적 충격을 흡수할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도 동성혼을 허용한 국가는 아직 20여 개국에 불과하다. 더구나 아시아권에서는 이를 허용한 국가가 하나도 없다.
우리나라가 굳이 이를 앞장서 나갈 필요는 없다고 본다. 일부 진보성향 인사들의 동성혼 허용 발언은 성급한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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