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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산중앙신문

<시사기획>차라리 기우제라도 지내면...수필가, 전 부여군 부군수 나창호

by JSS열린세상 2018. 8. 24.

<시사기획>

차라리 기우제라도 지내면...

(수필가, 전 부여군 부군수 나창호)

 


날씨가 해도 해도 너무한다. 나라에 무슨 부정 타는 일이라도 있었던 것일까. 하늘이 그 무언가를 국민들에게 깨우치려 함은 아닐까. 날씨가 연일 지글지글 끓는 가마솥 같은데, 하필 연탄불을 연상케 하는 북한산 석탄이 국내에 밀반입됐느니 어쩌니 한다. 국민들은 더 짜증이 날 밖에 없다.


옛날에도 부정 타는 일이 있으면 가뭄이 든다고 했다. 누구 네가 조상 묘를 무슨 산 정상으로 이장해서 그렇다느니, 산제당 위에 누가 묘를 써서 그렇다느니 했다. 가뭄이 심해지면 아주 사이가 좋던 마을사람들끼리도 서로 언성을 높이며 싸움을 했다. 가뭄에 인심까지 메말랐던 것이다.


하지만, 농부가 대부분인 마을사람들은 이내 한마음이 되어 기우제를 드렸다. 모두가 나서서 정갈한 복장을 하고, 비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담아 정성껏 드렸다. 돼지머리 벌렁코에 종이돈도 꽂았다. 정성이 하늘에 닿으면 하루 이틀 후 비가 내렸고, 정성이 부족하거나, 혹시라도 부정 탄 사람이 있으면 애타는 비는 내리지 않았다. 그래서 기우제는 비가 올 때까지 계속 되었다. 그렇게 소박하고 순박한 것이 시골민심이었다.


이번의 혹독한 가뭄은 어느 곳 할 것 없이 전국적으로 골고루 겪는 모양이니 나라에서 나서 정성껏 기우제를 드리면 어떨까. 더위에 허덕이는 국민들 뿐 아니라, 타들어가는 농심(農心)을 생각해서 말이다. 비과학적이니 어쩌니 하며 시비를 가릴 일이 아니다. 삶에 찌든 국민과 속 타는 농민들의 가슴을 쓸어주면 족하다.


필자도 지하철을 공짜로 타는 나이가 됐지만-나이 자랑이 아니다-사는 동안 이런 무지막지한 더위와 가뭄은 처음 겪어 본다. 옛날 시골 마당의 멍석자리에서 여름밤하늘 별을 헤어보며 잠들던 어릴 때도 이렇게 덥지는 않았다. 그 이후로도 또 그 이후로도 이렇게 덥지는 않았다. 더구나 이 놈의 더위는 어떻게 된 것인지 낮밤을 가리지 않고 극성이다. 선풍기를 밤새 틀지 않으면 도무지 잠을 이룰 수가 없으니 말이다.


하지만 찜통 솥 같은 무지막지한 한낮 더위에는 차마 에어컨을 욕심껏 빵빵 틀수가 없다. 혹시라도 전기사용량이 누진율 적용을 받게 되면 까무러칠 정도로 나올 전기요금이 겁나서다.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정부와 지자체가 앞장서서 선풍기만으로는 생명이 위험할 수 있다. 전기 아끼지 말고 에어컨을 마음껏 켜라.”고 계도한다니 그저 부러울 뿐이다.


그러면 우리나라는 왜 정부가 나서서 사람 생명이 우선이다. 전기료 걱정 말고 마음껏 사용하라.”고 권하지 못하는 것일까? 전국 곳곳에서 벌써 아까운 인명이 온열병으로 많이 희생되었고, 앞으로도 불볕더위는 그칠 기미가 없는데 말이다.


이유는 뻔하다. 전기 값 깎아줄 형편이 못되기 때문이다. 그동안 흑자를 내던 한전이 탈원전을 추진한 문 정부 들어서 적자가 이만저만 아니라는 것이다. 어느 중앙 일간신문의 사설(8.9일자)에 의하면 한전은 올 1분기영업적자가 단독재무제표 기준으로 14400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이런 형편이니 무슨 전기료 깎아줄 여력이 있겠는가.


그런데도 그동안 총리는 재난이니 뭐니 하며 전기료를 대폭 내릴 것처럼 말하고, 여름휴가를 마치고 나온 대통령도 냉방을 국민의 건강·생명과 직결된 기본적인 복지로 봐야한다.”고 언급해 전기료를 큰 폭으로 내릴 거라는 희망을 갖게 했었다. 그런데 정작 정부가 내놓은 해결책이라는 것이 고작 월 2만원 깎아주는 것이 최고 상한 금액이라니 뒤통수를 얻어맞은 꼴이 되고 말았다. 몇 천원 몇 백 원이라도 깎아주는 걸 다행으로 알고 감사하라는 것이었나?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전기요금 인하 거부하고 싶다는 글이 게재됐다니 국민들의 허탈한 분노가 어떤지를 알 수 있다. 이는 대통령까지 나서 큰 혜택을 베풀 것처럼 생색을 낸데 대한 반감이 아닐 수 없다. 무거워야 할 대통령의 말이 새털처럼 가벼운 말이 되고 말았다.


총리나 대통령 말 믿고 에어컨을 빵빵 틀고 나서 한숨짓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올 여름은 이래도 저래도 참 더운 여름이다. 여기에다 전기요금을 가지고 쉽게 말하는 정부를 보고 국민들을 더 화가 나고 더 더울 게 분명하다. 차라리 정부는 솔직했어야 했다. 사정을 말하고 국민들의 이해를 구했어야 했다

 

다시 말하지만, 정부는 연일 계속되는 폭염과 가뭄에 대한 별다른 대책이 없으면-국민들이 시원하게 여름을 나게 할 자신이 없다면-차라리 국민을 위해 기우제를 드리는 이벤트라도 해보는 것이 어떨까 (총리든, 행안부장관이든, 국토부장관이든)모시옷 정갈히 입고 마니산이든, 태백산이든, 지리산이든 올라서 천신께 기우제 올리는 모습을 공개리에 보여주면 국민들이 차라리 고마워하지 않을까. 바짝 메마른 국민들의 마음에 다가서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기우제 끝에 비라도 내려주면 금상첨화겠지만, 꼭 비가 오지 않아도 상관은 없을 것이다. 국민들은 정부가 국민을 생각하는 모습을 보고 싶은 마음뿐일 테니까. 삶에 지치고 더위에 지친 끝에 기댈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걸 확인하는 것으로 족할 테니까. 물론 이는 필자의 가당찮은 허튼소리일 수 있다. (‘18.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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