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불위 여당의 입법 독주, 삼권분립 균형 붕괴
-침묵과 양극화 속 시민사회, 민주주의 방어선 흔들

대한민국 정치권에서 다수 권력이 사법부를 정면으로 겨누는 양상이 뚜렷해지며 자유민주주의 질서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
다수당이 총동원해 사법부를 공격하는 행태는 자유민주주의 질서의 뿌리를 훼손하는 매우 위험한 행동이다. 입법 권력을 장악한 여당은 법과 제도를 통해 권력을 견제하기보다, 오히려 자신에게 불리한 사법 판단을 무력화하려는 시도로 비친다. 이는 단순한 정치 공방을 넘어 헌정 질서의 핵심 원칙인 삼권분립을 위협하는 수준이다.
입법부는 국민의 뜻을 반영해 법을 만드는 기관이다. 그러나 최근의 입법 행태는 공론과 숙의 대신 속도와 수적 우위를 앞세운 강행 처리로 점철됐다. 여당은 다수 의석을 근거로 법안을 밀어붙이고, 야당은 이를 저지하는 데 급급하다. 협치는 실종됐고, 정치적 책임성도 흐릿해졌다.
특히 사법부를 향한 압박은 민주주의 체제에서 가장 위험한 신호로 읽힌다. 사법부는 권력 남용을 견제하는 최후의 보루다. 이 기능이 흔들릴 경우, 권력은 사실상 통제 장치를 잃는다. 정치권이 판결의 정당성을 비판하는 수준을 넘어 제도 자체를 흔드는 방식으로 대응할 경우, 법치주의는 형식만 남게 된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이 특정 정당만의 책임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여야 모두 권력을 잡으면 유사한 행태를 반복해 왔다는 것이다. 정치권 전반에 자리 잡은 ‘승자독식’ 구조와 책임 회피 문화가 현재의 위기를 키웠다.
시민사회의 대응도 분명한 한계를 드러낸다. 정치적 양극화 속에서 비판은 진영 논리에 갇히고, 상당수 시민은 반복되는 갈등에 피로감을 느끼며 거리를 둔다. 그러나 민주주의에서 시민의 무관심은 권력 집중을 가속하는 요인이 된다. 감시와 참여가 약해질수록 권력은 더욱 과감해진다.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는 지금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심장이 멈췄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박동이 불규칙해진 것은 분명하다. 입법 권력의 절제 없는 행사, 사법부에 대한 조직적 압박, 그리고 이를 견제해야 할 시민사회의 약화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해법은 명확하다. 여당은 다수의 힘을 절제하고, 사법부 독립을 존중해야 한다. 야당 역시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닌 대안 중심의 견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무엇보다 정치권 전체가 헌정 질서에 대한 최소한의 공감대를 회복해야 한다. 시민사회도 침묵을 넘어 적극적 감시와 참여로 민주주의의 균형추를 되살려야 한다.
자유민주주의는 제도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권력을 견제하려는 의지와 이를 지켜보는 시민의 눈이 함께 작동해야 한다. 지금 한국 정치가 직면한 위기는 그 기본이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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