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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산중앙신문

[발행인칼럼] 고령운전, 면허를 거둘 것인가 안전을 키울 것인가

by JSS열린세상 2026. 7. 12.

장성수 발행인

자동차는 단순한 기계가 아니다. 산업혁명의 결실이자 현대 문명을 움직이는 동력이다. 인간의 이동 방식을 바꿨고, 생활권과 경제권을 확장했으며, 세계를 하나의 교통망으로 연결했다. 오늘날 자동차는 삶의 편의를 넘어 인간의 자유와 자립을 가능하게 하는 생활 기반이 됐다.

특히 고령층에게 자동차는 더욱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에게 운전은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삶을 이어가는 수단이다. 병원을 찾고, 장을 보고, 가족과 이웃을 만나며 사회와 관계를 유지하는 연결고리다. 운전대를 놓는 순간 이동권뿐 아니라 사회적 관계와 자립까지 흔들릴 수 있다. 고령사회에서 자동차는 사치품이 아니라 삶의 질을 지탱하는 필수재다.

최근 고령 운전자 사고가 잇따르면서 면허 반납 확대와 운전 제한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은 어떤 가치보다 우선해야 한다. 운전 능력이 현저히 저하된 사람은 연령을 불문하고 운전을 해서는 안 된다. 이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원칙이다.

그러나 안전이라는 명분 아래 연령 자체를 위험으로 규정하는 접근은 신중해야 한다. 고령이라는 이유만으로 운전 능력을 일반화하는 것은 개인의 건강 상태와 운전 역량을 외면하는 획일적 시각일 수 있다. 같은 연령이라도 신체와 인지능력은 큰 차이를 보인다. 반대로 젊은 운전자라고 해서 모두 안전한 것도 아니다. 과속과 난폭운전, 보복운전, 음주운전처럼 중대한 교통사고를 유발하는 위험 행위는 특정 세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교통안전은 세대가 아니라 운전 습관과 의식의 문제이기도 하다.

통계는 정책 수립의 중요한 근거다. 그러나 통계는 사회적 낙인을 만드는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 일부 수치를 근거로 모든 고령 운전자를 잠재적 위험군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것은 정책의 균형을 잃게 한다. 숫자는 경향을 보여줄 뿐, 개인의 운전 능력까지 판단하지는 못한다. 정책은 통계가 아니라 사람을 향해야 한다.

복지국가가 선택해야 할 길도 분명하다. 가장 먼저 고민해야 할 것은 배제가 아니라 예방이다. 운전 능력을 객관적으로 확인하는 정기 적성검사와 인지기능 평가를 더욱 정교하게 운영하고, 개인별 맞춤형 안전교육을 확대해야 한다.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과 페달 오조작 방지장치, 자동긴급제동장치 등 안전기술 보급에도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 위험을 이유로 권리를 제한하는 것보다 위험 자체를 줄이는 것이 선진 사회의 정책이다.

운전면허는 단순한 자격증이 아니다. 많은 노인에게는 독립적인 삶을 유지하는 마지막 수단이며, 사회와 연결되는 통로다. 물론 운전 능력이 부족하다면 면허 제한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그 기준은 나이가 아니라 실제 운전 능력이어야 한다. 개인별 상태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국가의 책무다.

대한민국은 초고령사회로 접어들었다. 오늘의 청년 역시 머지않아 고령 운전자가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세대를 나누는 정책이 아니라 세대를 아우르는 정책이다. 고령 운전자의 이동권과 국민의 교통안전은 서로 양립할 수 없는 가치가 아니다. 두 가치를 함께 지키기 위한 제도와 기술, 사회적 합의를 만드는 것이 진정한 복지국가의 역할이다.

고령 운전자 문제의 해법은 면허를 거두는 데 있지 않다. 더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있다. 복지는 권리를 쉽게 제한하는 제도가 아니라 권리를 지키면서 위험을 줄이는 지혜에서 완성된다. 초고령사회를 살아갈 우리 모두가 지금 함께 고민해야 할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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